실패를 바라보는 게임 제작자의 자세


10년차 게임 제작자이자 디렉터, 이산해입니다

저는 현재 KRAFTON의 소프트 론칭 자회사 FLYWAYGAMES에서 CD, AD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보다 훌륭한 수많은 게임 제작자분들이 함께하는 소셜클럽에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아온 제 게임 제작자 이야기, 그리고 대한민국의 게임 제작자로서 수많은 실패를 마주하는 제 개발관에 대해 공유드리고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게임 업계에 이렇게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수 연습생 4년, 지금은 게임 제작자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조금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바로 “실패는 성공하기까지 반복된다.”라는 말입니다. 저는 조금 이른 학창 시절 좋은 기회로 가수 연습생 생활을 4년 동안 했던 신기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게임 제작자입니다. 지금에 와서야 추억을 되새기는 마음으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당시 저는 무척이나 괴로웠었죠. 스스로에게 많은 것을 걸었던, 간절했던 첫 번째 꿈이자 인생에 있어서 몇 안 되는 성공에 닿을 뻔한 경험이었습니다. 동시에 제 인생에서의 첫 번째 실패의 경험이기도 합니다.




성공하기까지 계속 반복되는 실패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실패는 저에게 큰 경험이자 행운이었죠. 실패를 곱씹으며, '가수로서 성취하고자 했던 꿈'이, 음악이라는 매개체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어 내는 행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고, 젊은 나이 사회 생활을 경험하며 인생의 가치관이 바로 세워지는 압축 성장을 이루어 냈기 때문입니다. 이후 저는 실패에 대한 경험을 "어떻게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답은 오롯이 나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오늘 글로 작성할 이야기는 우리가 몸 담고 있는 게임 업계에서의 잦은 실패 속에서 스스로가 더 나은 게임 제작자가 되기 위해 선택한 저의 작은 결정과 생각입니다.




실패는 게임 제작에서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

게임 제작자로서 게임을 만들며 겪게 되는 실패에 대한 경험은 요즘에는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도 게임 업계에 몸담은 지난 9년간, 3번의 프로젝트를 출시하고 4개의 프로젝트를 개발 과정에서 자체적으로 Drop 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는 BEP를 넘기지 못한 프로젝트도 있었고, 넘겼지만 충분한 수익성이 없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팀이 자체적으로 Drop하기도 했었습니다. 실패는 당연해져서는 안 되겠지만, 슬프게도 요즈음의 게임업계에서는 충분히 자주 발생하는 일입니다. 게임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의 가속화와 스팀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게임 시장은 독창적인 “게임성”으로서의 경쟁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국 게임 업계의 글로벌화 

지난 몇 년간 기술적 구현을 통해 새로운 게임성을 탄생 시키거나 온라인 기술 구현으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던 한국의 게임업계들이 더 이상 기술적 구현에 대한 경쟁력만으로 승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게임 시장의 글로벌화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막을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모바일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를 통한 모바일 게임과 스팀을 통한 PC 콘솔 게임들이 보급되며, 필연적으로 글로벌 게임들과 게임성으로 경쟁해야 하는 과도기를 겪고 있는 것이죠.




한국의 게임 제작자가 실패를 피할 수 있을까?

우리는 과연 게임업계의 글로벌화와 성장의 흐름 속에서 실패를 피할 수 있을까요? 제 개인적인 소견은 다소 회의적입니다. 한국의 게임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한 경험치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추는 속도보다 시장의 글로벌화가 더 빠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은 특히 그동안 다양한 게임성을 시도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는 시도가 충분하지 못했기에, 분명 많은 실패 또한 동반될 것입니다.




변화를 맞이하는 게임 제작자의 접근 방식

이러한 게임 업계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세 가지가 있게 되는데, 첫 번째는 “큰 회사에서 리더들의 실패를 함께 경험하는 선택”, 두세 번 째는 내가 게임 개발의 주체가 되는 “인디게임”과 “소규모 게임 개발”일 것입니다. 저는 어떠한 선택을 하든 도전의 방식은 개인이 쌓아갈 경험의 방향성 차이이며, 결국 게임 제작자 스스로 도전과 실패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바꾸어 가는 것이, 변화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더 좋은 접근 방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예정된 실패의 경험속에서 더 나아지기 위한 선택들

인디 게임, 소규모 게임 제작, 대규모 게임 제작 등 게임 업계에서의 도전의 방향은 개발자 본인의 선택이라면, 같이 성장하고 싶은 게임 제작자들은 실패의 홍수 속에서 스스로 어떤 선택들을 해나갈 수 있을까요?




“프로젝트의 실패는 개인 구성원, 팀원들의 실패가 아닙니다” - HR

제가 크래프톤의 전신인 블루홀 스튜디오에서 두 번째 프로젝트를 마무리했을 때였습니다. 저는 블루홀 스튜디오에서 2개의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까지, 스스로 항상 부끄럼 없이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피 땀 흘린 노력 속에서도 프로젝트의 실패는 개인이 피하기 어려운 것이었고, 어김없이 결과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당시 프로젝트의 종료를 결정을 하면서 회사는 HR과 함께 팀을 위로하기 위해 위와 같은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납니다.



“프로젝트의 실패는 제 실패가 되어야 합니다” - 나

제 생각에 HR팀의 말은 당시의 팀을 위로하기에 충분한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은 성공을 꿈꾸던 스무 살 중반의 게임 제작자에게는 굉장히 수치스러운 말이었습니다. 실패를 회피하면 반복된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게임 제작자에게는 무엇이 남을까요? 저는 회사에 위와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게임 제작의 현실적인 상황들

저는 이후 잠깐의 휴식을 맞이하며 프로젝트 드롭을 계기로 제 개발관을 다시 설정하기로 합니다. 반복되는 실패의 경험을 보다 유의미한 경험으로 남기기 위해 말이죠. 아래는 제가 느낀 개발에서의 현실적인 상황들입니다.

게임 제작의 현실적인 상황들




게임 제작을 위한 나만의 개발관과 원칙들

게임 업계에서의 실패는 개인에게 실패의 책임을 지게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저는 되려 '게임 업계가 제작자들의 실패를 방관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패의 경험을 소중히 여기는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후회 없는 게임 제작을 이어 나가기 위해 저는 저만의 몇 가지 개발관과 원칙을 세우게 되죠.

나의 게임 개발관과 원칙




"실패를 통한 배움”을 다시 바라보기

저는 이후 많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효율적으로 검증하며, 빠르고 효과적이게 실패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가 세운 몇 가지 개발관과 원칙을 따르며 반복되는 실패 속에서 성장하면서 말이죠. 실패는 절대 당연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변화하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게임 제작자로서 이제는 필연적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는 실패를 이제는 개개인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저 뿐만 아니라 분명 성공을 내 손으로 이루어 내고 싶은 수많은 게임 제작자들에게 해당되는 말 일 것입니다. 혹여 최근에 실패의 경험을 하셨다면, 실패를 통한 배움을 통해 이전과 다르게 받아들이려 하는 저의 사례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도전이 값진 결과로 이어지길 바라며

우리는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으로서 성공의 순간과 실패의 경험을 타인과 공유하며 성장합니다. 모든 도전이 성공의 경험에 닿는다면 좋겠지만, 아니라면 당신의 도전이 값진 실패가 되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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